3월달에 방송을 시작한 2021년 첫 KBS2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시작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입니다. 여느 주말 드라마 같지 않게 현실의 불편한 모습들이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헬조선의 완전판이 아닐까 라는 생각조차 들게 하지요. 시청자 게시판과 커뮤니티 역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
늙은 나이에도 고된 노동일을 하며 생활하는 주인공 이철수(윤주상) 어느날 아내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합니다. 게다가 이혼소송과 재산분할 요구는 철수의 세 딸이 기획한 일이지요.
이철수의 딸 이광남, 이광식, 이광태는 아버지때문에 어머니가 힘들었다는 막연한 이유로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이 세명은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전형적인 3040대 여자들이던데 역시나 그 특징이 착실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첫째 이광남(홍은희)는 어릴때 부터 하고 싶은거 다 했던 사람 같네요, 발레도 하고 공주처럼 살았던 거 같은데 뭐 나중에는 (집안 기둥뿌리 뽑아서) 변호사와 결혼합니다. 역시 집안일에는 1도 관심 없어 보이고 심지어 아이도 안낳겠다고 하지요. 주면에서는 독박육아 어쩌고 난리던데 뭐야... 그냥 애 안낳으면 그만이잖아? 어쨌튼 출산율 0퍼센트대에 기여하고 있는 이광남 ~
집안일에 무심한 광남이 서운한 남편 배변호(최대철)
"밥 같은거 없어?" 라는 대사가 나올때 예능프로였으면 '위험발언'이라는 자막이 들어가는게 지금 세태이지요.
둘째 이광식(전혜빈)은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공무원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요, 연하남인 나편승(손우현)과 (법적으로)결혼까지 하면서 3040의 워너비가 된 듯 보입니다만 진지하게 생활할 생각이 전혀 없는 철없는 남편에 극한까지 몰아가는 시댁의 갑질 거기에다가 남편은 신혼집에 다른 여자까지 불러 들이지요. 정의롭고 똑똑한척 남들 지적하면서 잘 살았겠지만 결국은 막장신세
셋째 이광태(고원희)는 걍 백수인데 씀씀이는 준재벌급이지요. 대출 한가득 땡겨서 쇼핑과 SNS에 매달립니다. 결국은 사채업자들에게 쫓겨 다니는(독촉도 아니고)신세... 근데 제대로 빚갚을 생각은 안하고 노동일로 하루먹고 사는 아버지한테까지 손을 벌리지요. 재밌는 건 이철수한테 이혼소송하자는 아이디어는 이광태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것 ~ 아무래도 아버지 재산을 땡겨오려는 계획이 있던거 같네요. 현실의 여성들이 아버지 더 나가아서 남자들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사는지 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속 갈등관계에서는 이 세사람이 항상 자신이 가장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만 도대체 구체적인 가해자는 누군지 모르겠더군요. 광남, 광식 두 사람이 다투는 얘기를 들어보면 궁극적인 원인이 엄마인데... 어쩌면 딸들을 향한 어머니의 히스테리가 세자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건 아닐지 ~ 그러면서 누군가 책임을 돌려야 할 사람이 필요하니 그걸 모두 아버지한테 돌리고 증오의 대상으로 만든건 아닐까 싶네요. 넓게 봤을때 현실속 여성들의 남성들에 대한 시선을 세딸과 아버지의 관계에 대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철수를 그렇게 괴롭히던 아내는 황당하게도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그러나 부인의 시신을 확인하는 중에도 원망을 들어야하는 철수 아재 ㅜ.ㅜ 아내는 불륜남과 차를 몰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고 아내는 남편과 이혼하면 재산분할 받을 수 있다는 말로 불륜남을 꼬드겼다는 것. 결국 불륜남의 아내(유부남이었냐~)는 철수 아재에게 원망을 쏟아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건 신경조차 쓰지 않는 세자매, 우격다짐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아버지 이철수 탓으로 몰고 갑니다. 국민청원 얘기 나오는 걸 보니 프레임 씌워서 집단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지금 세대의 특징도 잘 캐치하고 있는 것 같네요 ㅎ 이쯤때면 세자매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이철수의 재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
이 외에도 쌍동이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는 엄마도 등장하는 등 주말 드라마 치고는 파격적인 설정들이 등장하는데, 과연 이런 위태로운 이야기들을 어떻게 전개시킬 것인지... 주말 드라마의 아이덴티티를 갑자기 버릴 것 같지는 않은데 감동 코드 한껏 실어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하려면 쉽지 않은 길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드라마의 진행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겠지요. 아직은 극 초반... 남은 이야기 속에서 지금 앞에 놓은 수많은 갈등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나갈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씁쓸함은 누가 뭐래해도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 분명합니다. 온갖 불편한 인간군상들을 우리의 코앞에 들이밀고 있는 '오케이 광자매' ~ 시간이 지나고 드라마가 끝이 날 무렵 우리는 이 드라마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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